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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는 낯선 나라다 ; 김응수 인터뷰4 [영상음성류]

제목(Title) : 과거는 낯선 나라다 ; 김응수 인터뷰4 [영상음성류]


Description : - 1986년 4월 28일, 얼마나 뜨거울까... (8분 30초)
- 김응수는 사건 당시 서울대 심리학과 학생회장으로 3학년 재학중이었음
- 다큐멘터리 영화 '과거는 낯선 나라다 (2008년 개봉)'에 실린 인터뷰를 동영상 클립으로 축출한 것임


Date : 2007-00-00


Relation :


녹취 : 저는 윗선에서 얘기 들은 대로 다음 날 아홉 시, 신림사거리에서 연좌투쟁을 할 것이다 라는 그런 얘기를 했습니다. 큽.. 아침에 누군가의 집에서 자고 그리고 각자 2학년 학생들이, 각각의 학생들이 어디서 어떻게 자고, 무엇을 먹고, 무슨 이야기를 하고, 몇 시에 일어나고, 이런 얘기는 모르겠습니다. 8시 30분 경 저는 학교 근처 누군가의 자취방에서 잠을 자고, 그 날 몹시 배가 아팠었던 기억이 나고, 가슴이 답답하고 두근거렸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그리고 장기간의 투쟁에서 지치기도 했습니다. 한편으로는 ‘어떻게 되든 오늘 끝나는구나.. 너희들이 이기든 우리가 이기든 오늘 끝나는구나’ 라는 그런 생각을 가지고, 142번 버스를 타고 아마 신림사거리에서 내려서 걸어갔던 것으로 기억이 납니다.가야쇼핑은 서울대학교에서 신림사거리를 건넌 편에 있기 때문에 142번이 그 곳까지 가기는 하지만, 혹시나 그 곳에 경찰이 있을 지도 모르기 때문에 그 전 정거장에서 내려서 신림사거리를 건너가기로 했습니다. 잠시 후에 신림사거리 쪽에서 사이렌 소리가 들리고 전경들이 그 쪽으로 몰려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보았습니다. 그리고, 전경들이 몰려와서 학생들이 스크럼을 짜고 누워 있는, 교련복을 입고 누워 있는 길로 뛰어들어갔고, 그리고 일부 헬멧을 쓰고 그 청바지를 입은 사복경찰 조가 몽둥이를 들고 그 건물 위 계단으로 뛰어올라갔습니다. 그리고 그 계단 속에, 계단 아래 학생들이 있었던지 거기서 치고받고 하는 그런 소리가 들렸고, 그리고 조용해졌습니다. 그리고 거리에서는 계속해서 학생들을 끌고 가고 있었고, 다리를 잡고 팔을 잡고, 아이들은 소리를 질렀고, 그리고 옥상을 보니까 한 사람이 옥상 저 쪽의 계단 입구 쪽을 향해서 무언가 소리를 지르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잠시 그 상태로 서 있었던 것 같습니다. 무슨 상황인지는 몰랐습니다. 그런데 그냥 상상으로 백골단들이 뛰어 올라오니까 오지 말라고 소리를 칠 것이라는 그런 상상을 했습니다. 밑에서 올려다 볼 때 그 사람의 모든 형체는 보이지 않았고, 허리 위의 상반신만 보였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 순간에 갑자기 그 사람 몸에서 불꽃이 튀어올랐고, 화염에 휩싸였고, 그 다음에 그 모습이 옥상 위에서 사라졌었고, 그리고 그 모습을 본 2학년 학생들이 무슨 막 비명을 질렀었던 것 같고, 그리고 그 순간에 그 무리 속에 있는 제 후배들의 얼굴을, 몇 명의 얼굴을 보았었던 것 같고, 그냥 소리를 지르고 있었던 것 같고, 잠시 후에 다시 두 사람이 불이 붙은 채로 옥상 위로, 이 거리 쪽으로 나와 가지고, 불이 붙은 채로 손을 들고, 구호를 외쳤습니다. 저는 멍한 상태에서 그 상황을 바라보면서, 쓸 데 없이, 사람들이 불이 붙은 상태에서도 저렇게 오래 살 수 있구나, 생명이 붙어 있구나 라는 그런 생각을 했었고, 어리석게도, 사람이 불에 탄다면 그 온도는 얼마나 되고 그것은 어떻게 뜨거울까? 어떻게 뜨거울까 그런 이상한 생각을 했습니다. 얼마나 뜨거울까.. 어렸을 적 불에 데었던, 화상을 입었던 기억이 나면서 그보다 몇 천 배는 뜨겁겠지 저렇게 불에 휩싸여 있으니까 그런 생각을 했었고. 굉장히 오랫동안 구호를 외쳤던 그런 생각이 납니다. 마치 정지되었던 시간처럼. 그리고, 한 사람이 앞으로 몸을 좀 숙여 가지고, 그 ‘퍼펙트 당구장’ 이라는 간판이 그을렸는데, 나머지 한 사람은 그 곳에서 사라졌습니다. 그리고 저는 전방에 들어가는 입장이 아니었기 때문에 계속 그 곳에 서 있었고, 모든 학생들에 잡혀서, 닭장차에 실려서, 실려갔고, 거리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다시 차들이 다니고 사람들은 제 갈 길을 갔습니다. 어떻게 학교에 갔는지 모르게 학교에 갔고, 학교에 가니 이미 대자보가 붙어 있었고, “김세진, 이재호” 라는 두 선배가 그 당시로는 분신을 했다 라고 써 있었습니다. 무슨 영문인지 몰라서 멍한 표정으로 대자보를 바라보는 학생들의 얼굴이 보였고, 또 언제나 그랬듯이 강의하러 가는 교수들의 무표정한 얼굴도 보였고, 청소를 하는 아주머니 아저씨들의 그런 모습도 있었고, 공부를 열심히 하러 가는 학생들도 있었습니다. 저는 그 모든 상황이 참으로 낯설게만 느껴졌습니다. 사람이 죽었는데 어떻게 이 사람, 사람들은 이렇게 평온할 수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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