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모시
추모시



열사여, 열사의 아버지시여




정연탁




1986년 4월 28일
동토의 이 땅에 울려퍼진
반미반핵 양키 고홈
함성의 불꽃이 된 김세진 열사
따스하게 품어주던 아버지였습니다


어둠의 시대 스스로 산화되어
별이 된 청년
아름다운 청년
김세진 열사
아버지였습니다


자주 민주 통일의 외침
온몸 사르는 불꽃 속에서도
힘껏 뻗던 두 팔
아침 햇살에 눈부시도록 빛나던
두 팔뚝
그해 사월의 봄날로 돌아가
그 자리에 돌아가
우리가 우리를 돌아보게 하시던
우리들의 아버지였습니다


영원히 살아 우리에게 말을 건내는
우리들의 아버지였습니다


이 땅 아픈 곳마다, 외침 있는 곳마다
하루가 멀다 하고 달려가시던 활동가였습니다
세진이 남긴 미완의 과제
끝끝내 끝내려던 투사였습니다
이 땅의 긴 여정
영원히 영원히 함께할 열사였습니다


당신은 진정
이 땅의 아버지였습니다
우리 6천만 글썽이는 눈물 닦아주던
가슴 따스한 아버지였습니다


이제는
미안해요 정말 미안해요 하던 세진이 두 손
꼭 잡으소서
눈에 넣어도 아깝지 않을 아들
마음껏 가슴에 꼭꼭 품으소서


이제, 이제는
우리 모두의 아버지로서
자유와 평화 사랑만이 가득한 나라에 편히 드소서
이땅에 자유의 넋으로 남으소서
자주 민주 통일의 불꽃으로 남으소서




2020년 12월 2일

막내아들 친구가 아버님께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