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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는 낯선 나라다 ; 김희경 인터뷰2 [영상음성류]

제목(Title) : 과거는 낯선 나라다 ; 김희경 인터뷰2 [영상음성류]


Description : - 등사기와 플래카드를 서울대 연건캠퍼스 화장실에 숨기고, 택시를 타고 겨우 캠퍼스 탈출 (4분59초)
- 다큐멘터리 영화 '과거는 낯선 나라다 (2008년 개봉)'에 실린 인터뷰를 동영상 클립으로 축출한 것임


Date : 2007-00-00


Relation :


녹취 : (Q. 다음 날 대학로까지는 어떻게 갔습니까?)
택시를 타고 갔던 걸로 기억해요.
(Q. 의대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나요?)
택시를 타고 내렸는데, 이미 분위기가 약간 심상치 않은 것 같다는 느낌이 좀 있었어요. 경찰들이 뭐 방패를 들고 서 있지 않더라도 그런 분위기는 느껴지니까. 그래서 건물 안으로 일단 들어가서 이거를 안에 안전하게 숨겨 놓고, 그 다음에 나와서 상황을 봐야 되겠다 이런 생각을 하고 건물로 갔습니다. 밖에 이미 뭐 사복경찰들 쭉 깔리기 시작했던 때였으니까요.
(Q. 그럼 건물 어느 곳에, 어디에다 어떻게 놓고 나왔나요?)
어떤 건물인지는 생각이 안 나요. 암튼 병원의 한 건물이었는데 사람들이 잘 안 다니던 복도 끝에 있던 화장실이었는데요. 등사기하고 제가 가져갔던 물건을 놓고 누가 또 문을 열고 보면 안 되니까, 안에서 화장실 문을 잠그고, 옆 칸으로 그 벽을 넘어서 그러고 나왔어요. 
(Q. 나와 보니 상황은 어땠나요?)
나와서 계속 이제 아는 얼굴이 보이기를 바라면서 왔다갔다 했는데 경찰들이 쫙 깔리기 시작한 상황이었고, 이게 점거농성 계획이 이미 샌 것이 틀림 없다.. 그런 생각을 좀 했습니다. 그래서 불안하게 왔다갔다 하는데, 아는 선배 하나가 제 앞을 지나가더니 “나가라” 낮게 얘기하고 지나갔어요.

(Q. 그 한 마디만 딱?)
네 
(Q. 그래서 의대 건물을 나왔나요? 어떻게 나왔나요?)
그래서 나가야 되는데, 제가 화장실에 두고 온 등사기하고 플래카드, 태극기인지 암튼 그런 물건들이 생각이 나서 다시 가지러 갔는데, 그걸 들고 나가면 잡힐 것 같고, 또 놓고 가자니 그게 좀 너무 아깝고, 그래서 계속 화장실하고 그 밖에를 왔다갔다 하다가 그냥 두고 가기로 맘을 먹었습니다.
(Q. 등사기와 플래카드가 그렇게 소중한 물건이었나요?)
지금 생각하면 비싼 물건도 아니었으니까요. 근데 그 때는 그거를 놓고 가면 안되는데 하는 생각이, 생각이 조금 애 같았어요. 이거 어쨌든 다시 써야 되는 물건인데 이런 생각 때문에 계속 왔다갔다 하는데, 또 저거를 못 들고 나가면 내가 굉장히 겁쟁이인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 해서,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왔다갔다 하다가, 병원에 왔던 환자 가족이 타고 나가는 택시였던 것 같은데, 그 아저씨한테 “같이 좀 타고 가면 안 될까요?” 부탁을 해서 같이 타고 나왔어요. 근데 나오다 보니까 모든 차들을 다 세워서 검문을 하는데 제가 탄 택시는 부모와 딸 조합처럼 보였나 봐요. 그냥 통과를 시키더라구요. 그냥 나오는데 등사기와 제가 들고 갔던 물건들을 못 가지고 나온 게 너무 속이 상했어요. 이럴 줄 알았으면 가지고 왔어야 하는데, 그런 생각들을 계속 했습니다.
(Q. 나오면서 검문을 당하는 순간이 있잖아요. 그 순간 기로에 선 거잖아요. 아 여기서 잡히면 구속이 되는구나. 그 때 마음이 어땠어요?)
그 때 심하게 가슴이 두근두근했구요. 너무 무서워서 그냥 고개 숙이고 가만히 앉아 있었어요. 옆 자리에 앉아 계시던 낮선 분들은 “왜 이러지? 오늘 무슨 일이 있나?” 계속 그런 말씀을 하셨는데, 그냥 뭐 못 들은 척하고 계속 고개를 숙이고 앉아 있었어요. 너무 무서워서.
(Q. 그리고 학교로 돌아왔나요?)
그 날 저녁에 그래서 술을 좀 많이 마셨어요. 근데 다시 연락이 오기를, 그 다음 날이 원래 저희 같은 85학번 남자 학생들이 전방을 가야 되는 날이었는데 신림 사거리로 모이라는 연락을 받았어요. 그래서 아침에 일찍 오라는 얘기를 들어서, 술도 많이 마신 데다가, 그래서 신림동에 있는 친구 집에 가서 좀 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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