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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는 낯선 나라다 ; 인문대84학번 인터뷰3 [영상음성류]

제목(Title) : 과거는 낯선 나라다 ; 인문대84학번 인터뷰3 [영상음성류]


Description : - 타다 남은 양복과 뿔테안경, 만년필을 수습하다 (4분29초)
- 다큐멘터리 영화 '과거는 낯선 나라다 (2008년 개봉)'에 실린 인터뷰를 동영상 클립으로 축출한 것임


Date : 2007-00-00


Relation :


녹취 : 일단 뛰어갔습니다. 그 현장을 제가 직접 보고 싶었고. 혹시 어떻게 됐는지 궁금했고. 올라갔는데 학생은 아닌 중년남자 4~5명이 옥상 곳곳을 살펴보고 있었음. 재호 형이 건물 뒤로 떨어졌고 건물 뒤쪽 밑에 천막이 있었는데, 거길 가리키면서 “저리로 떨어졌다”고 자기들끼리 얘기하고 있었다. 저도 가서 보니 천막 위에 시커먼 화염 자국이 있었고, 이미 그 때 재호형과 세진이형은 현장에 없었고, 병원으로 이송이 된 상태였고, 다시 옥상 앞 쪽으로 와서 보니까 옥상의 벽 밑에 타다 남은 뿔테 안경(갈색)하고 만년필, 만년필은 그렇게 그을린 상태는 아니었고, 뿔테는 완전히 이그러져 있었고, 불에 타다 남아서. 그 담에 타다 남은 양복, 그게 세진이형 건지 재호형 건지는 모르겠어요. 불에 타니까 그걸 벗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그걸 다 주웠습니다. 뿔테안경과 만년필은 내 주머니 속에 얼른 넣었고, 양복 웃도리는 들고 있었는데, 바로 조금 있다가 중년 남자들 중 2명이 저한테 그 양복 웃도리를 달라고 요구를 했죠. 그래서 나는 “아 이건 우리 선배님 유품이고 옷이기 때문에 줄 수가 없다”고 얘기를 했더니 그 사람이 자기가 이 건물 주인이라고 하면서 우리 건물에서 일어났기 때문에 그거 내가 가져가겠다.

(Q. 혹시 눈에 익은 관할서 형사 아니었어요?)
아뇨, 제가 아는 사람은 아니었어요. 제가 뺐겼어요. 안 줄려고 그랬는데 완력으로 강제로 뺐어갔죠 두 명이. 그래서 저는 조금 있다가 건물을 내려왔습니다. 정리집회를 해야 할 것 같고 그래서, 학교를 올라가는 과정이었는데.. 버스를 타고 녹두거리 앞에를 지나가는데 그 당시 ‘전방입소 반대투쟁 85 대책위원장’ 그런 직책을 맡고 있던 서울대 국제경제학과 85학번 송영후 라는 후배가 녹두거리 대로변의 건물 계단에 앉아서 울고 있는 게 보였어요. 그래서 전 깜짝 놀랐죠. 85들은 다 전방입소를 어쨋든 해야 되는데, 전방입소도 안 가고 저러고 있구나.. 그래서 버스를 내렸습니다. 내려서 용호한테 가서, 용호를 데리고 그 녹두거리에 있는 막걸리 술집으로 들어 갔죠. 그래서 막걸리를 마시면서 용호를 위로해 주려고 했는데, 2시간 정도 계속 술을 마시면서 얘기를 했는데, 용호가 2시간 내내 울었죠. 그러면서 용호가 그런 말을 했던 걸로 기억이 나요. 음. “앞으로 나는 어떻게 살지 모르겠다” 그런 얘기를 했던 것 같습니다. “나는 앞으로 어떻게 살라고 하는 거냐” “내가 어떻게 살아야 되는 건지 모르겠다” 뭐 이런 말을 해서, 그래서 제가 그 때 그 말에 ‘아, 용호가 세진이형 재호형 분신 이후에 인생의 짐이 될 수 있겠구나’ 이런 생각이 순간 들었고, 용호가 너무 슬퍼하기 때문에 그런 걸 좀 위로해 줄 겸 해서 뿔테 안경과 만년필을 용호에게 건네 주면서 “이걸 니가 간직하면서 세진이형 재호형을 생각하면서 살아라” 그리구 건네줬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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