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예술적 형상화
예술적 형상화
김세진.이재호 분신사건을 기리고 추모하는 취지에서 다양한 형식의 예술작품, 문화적 활동들이 진행되었다. 몇 가지 사례를 살펴본다

다큐멘터리 <과거는 낯선 나라다>

20주기를 맞는 2007년 김세진.이재호기념사업회에서 김응수 감독에게 의뢰하여 제작한 다큐멘터리 영화다.  나레이션도, 비장한 배경음악도, 사건을 파악하는 단서가 되는 일체의 자료화면도 제공하지 않는다. 오직 카메라 앞에‘불려나온’인터뷰이의 진술과 그를 심문하는 목소리가 있을 뿐이다.

‘1986년 4월 28일, 그 날 당신은 무엇을 했나요?’ ‘몇 시였나요?’ ? ‘날씨는 어땠나요?’

처음에는 저도 그렇게 찍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려면 김세진 이재호가 반미 시위 중에 분신한 4월 28일 사건이 어떤 정치적인 상황 속에서 벌어졌는지 왜 분신에까지 이르렀는지 현장 상황은 어땠는지 사실 그걸 보여줘야 되잖아요. 그런데 찍을 자료가 없었어요. 그날 옥상에 있었던 사람도 없고 자료라고는 당시 일간지에 실린 단신‘얘들아, 이렇게 죽으면 안 되지.’하는 이상한 투의 사설, 두 사람의 어릴 때 사진, 추모제 사진, 추모문집에 실린 1980년대 이야기들이었어요. 제가 그랬죠. ‘이건 1980년대라는 이미지지 이들에 대한 구체성이 아니다. 1990년대에는 이런 게 유용했는지 몰라도 이제 다들 신물이 나지 않았나. 그 이미지로 과거를 학습하고 자기가 그 과거의 화신이라도 된 양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았나. 이걸로는 안 된다. 게다가 이건 반미 문제고 두 사람은 민주화운동 열사 중에서도 잘 알려지지 않은 사람들이다. 이 사람들을 억지로 그 이미지 속에 집어넣어 사람들한테 어떤 위안을 줄 순 있겠으나 그게 정말로 이 두 사람을 복원하는 건 아니다.’” 김응수 감독은 자신의 생각이 옳다는 것을 믿었고 사람들을 설득했다. “설득이 안 되는 사람들한테는 제가 그 욕을 먹겠다고 생각을 했어요. 그건 할 수 없는 문제다, 그 걸 원하는 사람들의 생각도 중요하지만 이제 그런 것이 되어선 안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생각도 중요하다. 그리고 나는 그것을 영화로 증명해 보이겠다 (감독의 변)”

추모곡 "벗이여 해방이 온다"

김세진, 이재호 분신을 추모하기 위해 이창학(예명 이성지)가 작사작곡하고 윤선애가 처음으로 불러다. 이후 민중가요로 큰 인기를 얻었다. 민중문화운동연합 노래모음 제 11집 <해방의 노래 (1987)> 테이프 앞면 여덟 번째(마지막) 곡으로 실렸다. 친구의 분신 소식을 들은 이청학은 부끄러움과 슬픔 속에서도 자신이 할 수 있는 일, 노래를 쓰기로 했다

정말 처음으로 공연에 필요해서, 무슨 행사에 필요해서가 아닌, 그저 내가 쓰고 싶다는 생각에, 아니 솔직하게는 써야만 한다는 내 스스로 짊어진 의무감에 오선지에 매달렸다